생명의 물을 담고 있는 교질
우리가 퇴행성관절염을 이해하기 위해 불러주고 인식해야 할 이름은 바로 교질(膠質)이다. 우슬이 산에도 들에도 아파트 정원에도 피어 있듯이, 교질은 우리 몸 여기저기 결합조직을 구성하는 대표적인 재료라고 앞서 설명한 바 있다.
교질은 경질(硬質)의 단백질로서 전신의 결합조직(connective tissue)에 광범위하게 분포되어 있다. 특히 관절을 구성하는 인대(ligament), 힘줄(tendon)은 치밀한 교원섬유로서 거의 대부분 교질로 구성되어 있다. 이는 관절을 튼튼하게 만들어 퇴행성관절염을 고친다는 우리의 입장에서 가장 먼저 주목해야 할 사실이다.
교질은 인대와 힘줄뿐만 아니라 연골, 피부, 뼈 등 여기저기의 각종 결합조직에 존재한다. 자세히 살펴보면 피부가 주름지거나 뼈가 약해지는 등, 나이가 들면서 퇴행성 변화를 일으키는 모든 조직이 교질과 관계있다고 볼 수 있다. 즉, 관절의 질환 중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퇴행성 변화는 바로 교질의 문제인 것이다.
그러므로 퇴행성관절염을 살핌에 있어서 제일 먼저 관심을 두어야 하는 것이 교질이다. 어떻게 하면 손상되고 줄어든 교질을 회복시킬 것인가를 연구해야 하고, 교질이 가지고 있는 생명의 본성을 알아내어 부족해진 교질을 보강하는 방법을 밝혀내야 한다.
빌 클린턴이 대통령 선거에서 내세운 한마디는
“문제는 경제야, 이 멍청아!(It‘s economy, stupid!)”였다.
우리가 퇴행성관절염에 대해 내세우고 싶은 한마디는
“문제는 교질이야, 이 멍청아!”이다.
사실, 관절뿐 아니라 교질이 존재하는 인체 모든 부위의 교질 상태에 따라 그 사람의 육체적 퇴행 정도를 알 수 있다.
뼈를 예로 들어보자. 뼈는 교질인 유기물질과 인산, 칼슘 등의 무기물질로 구성되어 있고, 이 두 가지 성분은 무기질 결정과 교질의 섬유가 뭉쳐진 형태로 단단하게 결합되어 있다. 유기물과 무기물이 반죽되어 굳어 있는 모습이다. 건축물에 비유한다면 칼슘과 같은 무기물은 콘크리트와 같아서 뼈의 압축력(壓縮力)을 강화시키고 무거운 하중을 견디게 하며, 교질은 철근과 같아서 뼈의 탄성과 장력을 높여준다.
골다공증은 환자의 뼈가 바람 든 무처럼 구멍이 생기고 약해진 상태로, 골밀도가 현저히 줄어든 경우를 말한다. 골다공증이 오면 제일 먼저 주의해야 하는 것이 골절이다. 골다공증이 생기면 의사들은 일반적으로 칼슘을 충분히 섭취하라고 말한다. 하지만 교질에 대한 언급 없이 칼슘만 강조하는 것은 철근과 콘크리트가 다 부식한 낡은 건축물에 철근은 내버려둔 채 콘크리트만 덧바르는 꼴과 다를 바 없다.
건축물이 오래되면 철근이 부식되고 가늘어져서 건축물의 탄성이 떨어지는데, 이렇게 되면 외부의 작은 압력에도 쉽게 무너진다. 이러한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여 탄성이 떨어진 철근은 보강하지 않고 콘크리트만 덧바른다면 건축물은 튼튼해질 수 없다. 마찬가지로 칼슘을 섭취하더라도 칼슘이라는 무기질을 얽어맬 수 있는 교질이 있어야만 한다.
교질은 ‘생명의 물’을 저장하는 섬유상 단백질이다. 쉽게 말하자면 교질 자체가 ‘생명의 물’이다. 인체는 이 ‘생명의 물’을 얼마나 가질 수 있는가에 따라 퇴행의 정도가 결정된다. 아기가 ‘생명의 물’을 가장 많이 가지고 있고 점차 나이가 들면서 ‘생명의 물’은 줄어드는데, 줄어드는 정도에 따라 노화(老化)나 퇴행(退行)이 결정된다.
뼈의 성분에 대해 좀 더 생각해보자. 뼈는 수분이 약 22%, 유기물이 약 27%, 그리고 칼슘·인산 등 무기물이 약 51% 정도의 비율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므로 단단해 보이는 뼈의 실상은 수분을 함유한 유기물인 교질이 무기물을 밀가루 반죽처럼 잘 섞어서 껴안고 있는 모습이다.
대략적으로 말하자면 적당한 수분을 갖춘 섬유상 교질이 칼슘을 흡착하고 있는 상황이라 할 수 있다. 뼈는 유기물과 무기물의 이러한 적절한 배합에 의해 만들어진 것으로, 만약 유기물인 교질이 부족하거나 무기물인 칼슘이 부족하다면 각각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된다.
뼈는 보통 자기 체중의 약 18% 정도이다. 그러니까 체중이 약 70kg이라면 뼈의 총 무게는 약 13kg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 체중보다 훨씬 무거운 압력도 견디고 잘 부러지지 않는 탄성을 지니고 있다. 칼슘은 콘크리트가 되어 무거운 하중을 견디고 교질은 철근이 되어 뼈의 탄성을 높이고 있다.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여기서 눈여겨봐야 할 점은 다름 아닌 바로 ‘교질’이다. 뼈의 건강에 있어서 칼슘의 중요성은 귀가 아프도록 들어서 모두들 잘 알고 있다. 그렇지만 정작 중요한 교질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교질과 칼슘의 관계는 다양한 비유로 시각화할 수 있다. 오래된 주택, 밀면 무너질 것 같은 담벼락의 부식된 모습을 상상해보자. 담벼락은 길게 금이 가 있고, 성긴 모래알갱이마저 거칠게 드러나 있다. 교질이 빠진 뼈의 모습이 그러한 형국이다.
그동안 칼슘이 빠진 뼈의 모습만 보고 골다공증을 걱정하며 칼슘 보충에 관심을 기울여왔다. 그러나 교질은 무시하고 섭취한 칼슘은 물이 없는 시멘트와 모래와 매한가지이다. 모래와 시멘트가 물을 섞어야 단단하게 굳듯이, 골다공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칼슘의 섭취 이전에 교질을 먼저 채워주는 것이 올바르다.
관절을 이루는 연조직에 있어서 교질은 더욱 중요하다. 관절을 강하게 감싸고 지탱하는 인대와 힘줄은 섬유결합조직으로, 그 성분 자체가 모두 교질이기 때문이다.
퇴행성관절염에서 관심을 가져야 할 관절 주변의 연조직과 연골, 뼈 등의 성분은 대부분 교질로 구성되어 있다. 연조직과 연골과 뼈를 튼튼하게 하여 퇴행성관절염을 치료한다면 당연히 교질의 보충이 급선무이다. 일반적으로 뼈의 실질이 약해지는 골다공증도 퇴행성관절염과 동시에 나타나게 되므로, 골다공증 역시 칼슘만이 아니라 바로 교질, ‘생명의 물’을 담고 있는 교질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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